쌍둥이자리가 웃으며 괜찮다고 한 밤, 마음속엔 비가 와요
쌍둥이자리는 모임에서 분위기를 가장 잘 띄우지만, 끝나고 나면 혼자 오래 조용해지곤 해요. 그 감정과 불안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, 어떻게 곁에 있어 주면 좋을지 이야기해 볼게요.
금요일 밤 노래방, 재현이는 빠른 노래를 세 곡 연달아 예약하고 마이크를 잡고 가수 흉내까지 내요. 다 같이 먹으라고 튀김 세트도 추가로 시켜요. 헤어질 때 다음엔 내가 예약할게 하고 손을 흔들고는 지하철역으로 들어가 이어폰을 꽂아요. 그런데 재생 버튼은 누르지 않아요.
그는 그냥 서서 창밖으로 지나가는 광고판을 한 칸씩 바라봐요. 방금 그 시끌벅적한 사람은 노래방에 두고 온 것 같아요. 지금 여기 있는 사람은 조용하고, 조금 지쳐 있어요.
시끌벅적함과 고요함이 하루 안에 같이 있어요
쌍둥이자리 하면 말 많고, 눈치 빠르고, 분위기가 식으면 먼저 나서서 살리는 사람이 떠오르죠. 다 맞는 말이에요. 다만 사람들은 보통 앞부분만 봐요. 쌍둥이자리는 바람 원소의 별자리이고, 생각과 대화를 맡은 수성이 수호성이에요. 머릿속이 꺼지지 않는 라디오 같아서 상대의 말투, 표정, 메시지 속 문장 부호까지 다 받아들이고 나중에 몇 번이고 다시 틀어 봐요.
그래서 감정이 빨리 왔다가 빨리 가고, 정리할 때는 남한테 잘 안 보여요. 방금까지 같이 웃었는데 갑자기 답장이 응 한 글자로 오고, 다음 날엔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이모티콘을 보내요. 그 사이에 그는 밤새 혼잣말을 했던 거예요.
괜찮다는 말은 아직 정리가 안 됐다는 뜻일 때가 많아요
쌍둥이자리는 감정이 엉켜 있을 때 말하는 걸 싫어해요. 자기도 아직 설명을 못 하니까요. 일단 농담으로 넘기거나, 갑자기 너 저녁 뭐 먹었어 하고 화제를 바꿔요. 대충 넘기는 것처럼 보이지만, 사실은 상자 뚜껑을 일단 덮어 두고 나중에 하나씩 꺼내 보려는 쪽에 가까워요.
한번은 수진 씨가 사무실에서 팀장에게 공개적으로 한 소리를 들었어요. 옆자리 쌍둥이자리 동료 민호 씨가 바로 농담을 던져서 분위기를 돌려놨죠. 점심시간에 고맙다고 하러 갔더니, 민호 씨는 계단에서 혼자 도시락을 먹고 있었어요. 휴대폰 화면엔 아직 답하지 못한 가족의 메시지가 떠 있었고요. 남의 어색함은 잘 풀어 주면서, 자기 차례가 오면 일단 삼켜 버리는 거예요.
불안할 때는 머릿속 채널이 여러 개 동시에 켜져요
불안한 쌍둥이자리는 오히려 더 바빠 보여요. 검색창을 열 개 넘게 띄우고, 일정을 꽉 채우고, 단톡방 답장도 유난히 빨라요. 멈추는 순간 만약에가 한꺼번에 몰려오거든요. 그 메일에 실수가 있었으면 어떡하지, 상대가 사실 기분 나빴으면, 내일 발표에서 말문이 막히면.
본인도 생각이 많다는 걸 알아요. 끌 수가 없을 뿐이에요. 끄려고 할수록 소리가 커져요. 이럴 때 제일 도움이 안 되는 말이 너 생각이 너무 많아예요. 그 말은 본인이 이미 백 번은 했거든요.
곁에 있고 싶다면 작은 일부터 시작해요
주변의 쌍둥이자리가 갑자기 조용해졌다면 무슨 일 있어 하고 캐묻기보다 구체적으로 불러 보세요. 나 이따 닭강정 사러 갈 건데 같이 좀 걸을래 같은 식으로요. 걷거나, 뭘 먹거나, 작은 일을 나란히 하는 게 마주 앉아 속마음을 털어놓는 것보다 훨씬 말을 꺼내기 쉬워요.
말하다 보면 이리저리 튈 수도 있어요. 회사 얘기에서 어제 본 영상으로, 다시 오늘 누가 자기를 무시했는지로요. 그냥 따라가면서 가끔 진짜 짜증 났겠다 한마디만 해 주면 돼요. 다 말하고 나면 스스로 출구를 찾아요. 다음 날 어제 고마웠어 하는 메시지에 엄청 웃긴 고양이 이모티콘이 붙어 올 거예요. 그게 그의 고맙다는 표현이에요.
별토끼도 그런 날이 있어요. 오후에 비를 쫄딱 맞아 털이 다 젖었는데, 밤에는 단톡방에 오늘 진짜 즐거웠다고 써요. 나중에 알게 됐대요. 즐거운 것도 진짜고 젖은 것도 진짜라서, 둘 다 말해도 된다는 걸요. 다음에 쌍둥이자리 친구가 또 괜찮아라고 하면 웃으면서 이렇게 답해 보세요. 그래, 그럼 나도 옆에서 같이 괜찮아 줄게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