관계 연습

황소자리는 사랑하면 전부를 줘요, 그래서 상처도 깊어요

황소자리는 사랑할 때 행동으로 조금씩 계속 줘요. 그러다 보면 자기 손에 남은 게 하나도 없을 때가 있어요. 왜 그렇게 사랑하고, 왜 놓기 어려운지 이야기해 볼게요.

새벽 1시 반, 지수가 LINE으로 툭 보냈어요. “머리 너무 아픈데 집에 약이 없는 것 같아.” 20분 뒤, 아래층에서 스쿠터 멈추는 소리가 났어요. 현관 손잡이에는 편의점 봉지가 걸려 있었고, 안에는 진통제와 이온음료, 그리고 영수증 뒷면에 쓴 쪽지가 있었어요. “먹고 얼른 자.” 2년 사귄 황소자리 남자친구였고, 그는 다음 날 아침 7시까지 출근해야 했어요.

그는 이런 일을 여러 번 했지만 한 번도 먼저 말한 적이 없어요. 대단한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도 않아요. 그에게 사랑은 줄 수 있는 걸 다 꺼내 주는 거예요.

그의 사랑은 하나씩 옮겨 와요

황소자리는 멋진 말을 잘 안 해요. 대신 이사하듯이 사랑을 보여 줘요. 오늘은 계속 걸리던 서랍을 고쳐 주고, 다음 달에는 당신이 한 번 말한 이어폰을 장바구니에 넣어 두고, 명절에는 당신 어머니가 소고기를 안 드신다는 걸 기억해서 식당에 미리 전화해 봐요. 그렇게 자기 시간과 돈과 주말을 조금씩 당신 쪽으로 옮겨 와요.

이건 수호성 금성과 관련이 있어요. 금성은 무엇이 가치 있는지를 다루는 별이고, 흙의 별자리인 황소자리는 그 가치를 손에 잡히는 것으로 바꾸는 데 익숙해요. 그래서 그에게 좋아한다는 마음은 한 끼 식사, 고친 노트북, 둘을 위해 모은 여행 자금이 되어야 비로소 진짜예요.

문제는 옮겨 간 게 많아질수록 자기 쪽이 비어 간다는 거예요. 많은 황소자리가 이별한 뒤에야 알아차려요. 다니던 헬스장은 안 간 지 오래고, 친구 약속은 계속 미뤘고, 통장 잔고도 꽤 줄어 있다는 걸요.

지나가듯 한 말도 그에게는 약속이에요

연애할 때 황소자리의 기억력은 조금 무서울 정도예요. 3년 전에 언젠가 시바견을 키우고 싶다고 했더니 그는 어느 동네가 반려견을 키울 수 있는지 몰래 알아봤어요. 돈 모이면 홋카이도 가자고 했더니 정말 통장을 하나 만들어서 매달 조금씩 넣었어요.

그는 이런 말을 실제로 지킬 약속으로 받아들여요. 그래서 상대가 가볍게 “그때는 그냥 해 본 말이야”라고 하면, 주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게 무너져요. 사람 하나만 잃는 게 아니라, 올 거라고 믿었던 미래를 통째로 잃는 거예요.

배신당한 뒤에는 문이 천천히, 단단히 닫혀요

황소자리는 고정 별자리라서 한번 정한 건 잘 바꾸지 않아요. 그래서 아주 의리 있어요. 당신과 함께하기로 정하면 다른 데 눈을 돌리지 않아요. 하지만 같은 성향이 배신 뒤에는 다시 믿기 어려운 마음이 돼요.

준호는 여자친구가 바람을 피운 해에 크게 싸우지도, 스토리에 뭘 올리지도 않았어요. 둘이 같이 고른 소파를 팔고, 휴대폰 배경화면을 바꾸고, 그 뒤 2년 동안 친구들이 소개해 준다는 사람을 전부 거절했어요. 괜찮냐고 물으면 “괜찮아”라고 하고 계속 야근했어요. 센 척한 게 아니에요. 빼앗긴 걸 자기 자리에 다시 채워 넣는 데 정말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했던 거예요.

곁에 이런 황소자리가 있다면

당신이 그의 사랑을 받는 사람이라면 고맙다고 말해 주세요. 구체적으로요. “어젯밤에 약 갖다줘서 고마워, 먹고 바로 잠들었어”가 “넌 정말 다정해”보다 훨씬 와닿아요. 그래야 자기 마음이 전해졌다는 걸 알아요. 가끔은 당신도 그를 위해 실제로 뭔가 해 주세요. 그가 좋아하는 고깃집을 예약하거나, 야근할 때 회사 앞으로 저녁을 가져다주는 것처럼요.

당신이 그 황소자리라면, 줄 때 자기 몫도 조금 남겨 두세요. 매달 나만을 위한 돈과 저녁 하루를 정해 두는 거예요. 사랑이 부족해서가 아니에요. 당신도 잘 챙김받을 자격이 있으니까요.

별토끼도 예전에는 냉장고 마지막 당근을 친구에게 남겨 두고 배고픈 채로 잤어요. 요즘은 냉장고 맨 아래 칸에 자기만의 당근을 하나 숨겨 둬요. 친구가 오면 여전히 나눠 먹지만, 이제 한밤중에 배고파서 깨지는 않아요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