미안하단 말 대신 보내는 신호: 별자리별 화해하고 싶을 때
미안하다는 말은 없는데 손은 계속 뭔가를 하고 있어요. 별자리별로 화해하고 싶을 때 몰래 보내는 신호를 모았어요.
싸운 다음 날 아침, 스쿠터를 꺼내러 내려갔더니 안장 위 빗물이 닦여 있고 헬멧도 손잡이에 걸려 있어요. 헬멧 창은 얼굴이 비칠 만큼 반짝여요. 어젯밤 문을 쾅 닫고 나간 그 사람은 벌써 회사에 출근했어요.
싸우고 나서 미안하다는 말을 못 하는 사람이 많지만, 화해하고 싶은 마음은 엉뚱한 곳에서 새어 나와요. 별자리마다 화해 신호가 좀 어색해서, 못 알아채면 아직 화난 줄 알아요. 이런 게 보이면 내려올 계단을 놓아 주세요.
양자리: “야, 뭐 마실래? 내가 사 올게.”
방금까지 목소리를 높이더니 20분 뒤 방에 고개를 쓱 내밀고 이렇게 물어요. 말투는 일부러 무심한 척이에요. 양자리는 화가 빨리 풀리고, 풀리면 바로 다음 장으로 넘기고 싶어 해요. 음료를 사 주는 게 제일 직접적인 방법이에요. 메뉴 하나만 말해 주면 평화 조약에 사인한 거예요.
황소자리: 냉장고에 잘라 둔 구아바 한 통
냉장고를 여니 밀폐 용기에 구아바가 한입 크기로 잘려 있고 씨까지 파져 있어요. 당신이 제일 귀찮아하던 부분이에요. 황소자리는 말로 푸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. 흙의 별자리라 마음을 손으로 하는 일에 담아요. 한 조각 먹고 달다고 말해 주면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요.
쌍둥이자리: 당신 게시물에 밈 댓글 하나
오후 내내 냉랭했는데, 3일 전 당신 게시물에 둘만 아는 밈 댓글이 달려 있어요. 쌍둥이자리는 어색한 걸 제일 무서워해서, 둘 다 싸움을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아도 되는 가벼운 입구를 찾아요. ㅋㅋ 하나만 달아 주면 오늘 밤엔 평소처럼 수다를 떨어요.
게자리: 둘의 옛날 못난 사진을 보내요
“이 사진 너무 웃기지 않아?” 2년 전 바닷가 여행 때 둘 다 햇볕에 데어 껍질이 벗겨진 사진이에요. 게자리는 화해하고 싶을 때 추억을 꺼내서 둘이 얼마나 좋았는지 떠올리게 해요. 달이 준 그리움 덕분에 옛날 사진이 가장 자신 있는 화해 편지가 돼요.
사자자리: 당신이 선물한 셔츠를 입어요
저녁을 먹는데, 작년에 선물한 파란 셔츠로 갈아입고 일부러 당신 앞을 두 번이나 지나가요. 사자자리는 먼저 말 꺼낼 체면이 안 서서, 아주 눈에 띄는 방식으로 아직 신경 쓰고 있다고 알려요. “그 셔츠 진짜 잘 어울린다” 한마디면 웃으면서 자리에 앉아요.
처녀자리: 책상이 갑자기 깔끔해졌어요
영수증, 충전기, 메모지가 널려 있던 책상이 싹 정리되고 충전 선은 케이블 타이로 감겨 있어요. 처녀자리는 싸운 뒤에 다정한 말을 잘 못해서 미안함을 정리에 담아요. 그 케이블 타이가 처녀자리 나름의 사과예요. 알아챘다면 고맙다고 꼭 말해 주세요.
천칭자리: 옷 두 벌을 들고 뭐가 낫냐고 물어요
“내일 고객 미팅인데, 이거랑 이거 중에 뭐가 나아?” 천칭자리는 화해하고 싶을 때 당신 의견이 필요한 작은 일을 찾아서 다시 자기 일상으로 끌어들여요. 둘 사이에 오가는 대화를 소중히 여겨서, 의견을 묻는 건 아직 당신이 필요하다는 뜻이에요. 진지하게 골라 주면 다시 원래대로예요.
전갈자리: 다시 그 애칭으로 불러요
싸울 땐 차갑게 풀네임을 불렀어요. 다음 날 저녁, 갑자기 자기만 부르는 그 애칭으로 밥 먹으라고 불러요. 전갈자리는 호칭에 예민해서, 애칭으로 돌아가는 건 닫았던 문을 다시 여는 거예요. 대답해 주면 생각보다 훨씬 기뻐해요.
사수자리: 썰렁한 농담을 하고 먼저 웃어요
“바다가 왜 짠 줄 알아? 물고기들이 계속 땀을 흘려서.” 말해 놓고 자기가 허리를 숙여 웃으면서 당신도 웃는지 힐끔 봐요. 사수자리는 무거운 분위기를 못 견뎌서 바보짓으로 공기를 풀어요. 아무리 썰렁해도 살짝 웃어 주세요. 그게 그 사람의 백기예요.
염소자리: 스쿠터 기름이 가득 차 있어요
처음 그 반짝이게 닦인 스쿠터는 아마 염소자리 작품이에요. 연료 게이지도 꽉 차 있어요. 염소자리는 부드러운 말을 못 하고, 미안하다는 말 대신 일을 해결해 두는 쪽을 택해요. 당신 생활에 걸려 있던 작은 일들을 하나씩 처리해 두고, 당신이 알아채길 기다려요.
물병자리: 당신이 좋아할 만한 잡학 하나
“문어 심장이 3개인 거 알아?” 맥락 없는 메시지 같지만 물병자리가 문을 두드리는 거예요. 당신이 이상한 동물을 좋아한다는 걸 알아서, 당신이 뭘 좋아하는지 기억하고 있다고 이렇게 알려요. 생각으로 사람과 이어지는 바람의 별자리라, “그럼 실연하면 3배로 아파?” 하고 답하면 화해 끝이에요.
물고기자리: 잘 때 발로 살짝 건드려요
불을 끄고 등을 돌리고 누웠는데, 그 사람 발이 살며시 닿았다가 쏙 빠지고, 다시 닿아요. 물고기자리는 화해하고 싶을 때 거절당할까 봐 제일 무서워서 아주 작은 동작으로만 떠봐요. 가만히 있으면 밤새 잠을 못 자요. 그냥 몸을 돌려 주세요.
별토끼는 싸우고 나면 상대 슬리퍼를 몰래 가지런히 놓아 둬요. 그게 토끼식 화해예요. 화해하고 싶은 모습은 사람마다 다르고, 하나만 알아봐도 충분해요. 다음에 또 반짝이는 헬멧을 보면 이렇게 보내 주세요. “고마워, 오늘 야식은 내가 살게.”
별토끼의 메모